프랑스식 감성 에세이? 「모든 삶은 흐른다」 리뷰

인생과 바다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바다와 관련이 깊었으므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바다를 통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다를 보면 인생을 알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한다. 어쩌면 나의 세계관을 읽어 줄지도, 그리고 내가 가진 문제들의 해답을 쥐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서 책을 펼쳤다.

모든 삶은 흐른다 - 밀물과 썰물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이주영 옮김

 
베스트셀러가 내 취향에도 맞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이라면 나 역시도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베스트셀러에 여러 번 속아 놓고서 나는 또 그런 우스운 생각을 했나 보다. 이 책을 한 줄로 정의하자면 이래.

프랑스식 감성 에세이

감성 에세이를 어떻게 생각하냐에 이 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 같다.

감성 에세이라는 역할을 씌우고 이 책을 보자면 이 책은 제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작가의 통찰도 담겼고. 바다의 모든 것을 비유로 사용하는 만큼 아우르는 이미지만큼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자기 개발서 잉크를 몇 방울 떨어뜨린 느낌일까.

내가 기대한 것은 감성 에세이나 자기 개발서가 아니었다. 더 깊이 있길 바랐다. (노인과 바다 정도의 통찰을 기대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첨부된 “철학”이라는 텍스트 때문이었다.

이 책이 철학을 가르쳐 준다고?

그런데 이 책을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철학에 대해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걸까.

철학에서는 무엇을 논하기 전에 본질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살면 좋아. 이렇게 생각하면 행복해. 그런 문제가 아니고.

바다를 들어 인생의 본질을 설명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단순한 비유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바다의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에 반해, 책의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본질과 본질을 연결함으로 통찰을 얻고자 했다기보다는, 인생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바다의 것을 그때그때 차용해 설명한 것처럼 보인다. (책의 구조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시각을 얻고자 했던 나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얻을 수 있는 것

나처럼 철학적 시선을 기대하고 본다면 추천하지 않지만,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인생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임은 분명해 보인다.

모든 사람이 동의할 만한 책이다. 누군가는 당연함 속에서 결연함을 다지고, 위로를 받고, 인생 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고는 하지 않나.

바다에 관한 상식

부분마다 바다와 관련한 상식이나 이야기가 가볍게 인용되고는 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바다가 인간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지 와닿게 해 주는 부분이라는 것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바다를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역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즐겁다. 딱 그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