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유력한 연쇄살인 용의자라면? 드라마 〈악의 꽃〉 리뷰 1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악의 꽃’이 꿈에 나오기 시작했어요.

마지막 회를 본 지 벌써 5일째. 일부러 찾아보거나 생각하는 것도 아닌데. 그만큼 강렬한 드라마라는 뜻이겠죠. 원래 여운을 오래 가지는 편이지만 이렇게까지 꿈에 나오는 건 처음이거든요.

너무 좋아하지만 이제는 놓아주고 싶어서, 이번 포스팅은 드라마 〈악의 꽃〉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으니 싫은 분은 드라마를 먼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악의 꽃〉은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보실 수 있어요.

 
리뷰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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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의 주인공들

출처: tvN 〈악의 꽃〉 인물 소개 - 백희성

이름: 백희성
나이: 39
직업: 금속공예가
아내(차지원), 딸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음
 
사실 이 사람은 백희성이 아니에요. 그의 정체는 도현수(36). 연주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도민석’의 아들이자 가경리 이장 살해 혐의로 수배 중입니다.
 
지금은 모종의 거래로 백희성의 신분을 얻어 모두를 숨기며 평범한 척 살아가고 있으며, 백희성으로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잃고 싶지 않아 해요. 현재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모르는 만큼이나 자신을 잘 모르는 인물입니다.
 

출처: tvN 〈악의 꽃〉 인물 소개 - 차지원

이름: 차지원
나이: 37
직업: 강력계 형사
 
형사로서 일도 잘하고, 본인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에요. 강인한 인물이지만 가족을 무척 사랑하는 만큼, 가족에게는 무른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합니다.
 
원래 사랑하는 것은 사람을 약하게 하는 법이니만큼, 차지원의 유일한 약점이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지원이 어떤 갈등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드라마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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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스토리

〈악의 꽃〉은 평화롭던 가짜 백희성의 삶이 요동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가짜 백희성, 도현수의 삶을 뒤흔드는 위기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1. 자신의 정체를 아는 옛 친구 ‘김무진’의 등장
2. 죽은 연쇄살인마 ‘도민석’의 모방 살인 사건 발생
3. 연주시 연쇄살인 사건 공범의 조명
4. 도민석 공범의 재등장

 
리뷰도 이렇게 네 파트를 따라가며 진행해 보려고 해요.
 

1. 김무진의 등장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결혼 후 평화롭게 살던 도현수에게 처음으로 위기가 닥칩니다. 어릴 적 함께 지내던 김무진과의 재회인데요. 옛 친구를 만나면 보통 반갑겠지만 정체를 숨기고 살고 싶은 도현수에게는 그럴 리 없죠. 김무진은 도현수가 숨기고 싶은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니까요.
 
게다가 김무진의 직업은 기자. 최근에 도민석과 도현수에 대한 기사를 쓰기도 했어요.  거기다 도현수는 김무진이 차지원과 꽤(불가근불가원) 가깝게 지내는 것도 알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 순간 어떻게 하시겠어요? 사실 우리는 신분을 속이는 것부터 잘 상상이 안 되잖아요?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도현수는 감금부터 해 버립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꽤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이 밝혀집니다. 도현수가 김무진에게 과거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것. ‘도현수가 복수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도현수의 목적은 하나였어요. 현재의 삶을 지키는 것.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김무진이라는 인물의 속성과 도현수가 가진 불신인데요. 도현수가 김무진을 감금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어요. 도현수는 자신이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도현수가 가진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도현수가 삶에서 학습한 것이라고 해석했어요.
 
특히나 감금까지 해야 했던 이유는 도현수가 김무진이라는 사람을 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훗날 밝혀지는 이야기지만 김무진은 도현수 남매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음에도 아버지가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바로 등을 돌려 버렸어요. (사실 아주 평범하고 현실적이죠.) 거기다 도현수를 괴롭히기까지 합니다. 도현수가 다시 만난 김무진을 믿기 어렵게 만든 경험인 것은 틀림없어요.
 
도현수는 믿음 대신 담보를 선택합니다.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만한 담보. 결국 약점을 틀어쥐고 나서야 김무진을 풀어 줘요.

※어떤 이유가 있어도 폭력은 나쁜 행위입니다.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여기까지는 등장인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에 해당해요. 모든 극의 초반부는 등장인물을 알리는 역할을 위해 소모되지만 악의 꽃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 부분이 있어요. 장르가 스릴러인 만큼 시청자에게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길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마치 초반부는 도현수라는 캐릭터를 철저하게 편견에 갇힌 시선으로만 보도록 만든다고 느꼈어요. 역설적으로 이 부분이 시청자의 공감을 더욱 이끌어내는 부분인데요.
 
극 중 도현수는 타인의 시선에 상처받고 괴로워하는(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모습을 자주 비춰요. 사람들의 편견, 그게 인간에 대한 도현수의 깊은 불신의 원인이기도 하고요. 도현수에게 타인은 자신을 아프게 하는 존재거든요. 시청자는 철저한 타인이었다가 도현수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돼요. 반전은 진실을 충격적으로 와닿게 하죠.
 
반전을 경험하는 것은 시청자만은 아니에요. 등장인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현수를 믿어 주는 사람은 진실을 알고 있던 도해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간접적으로 다른 인물의 시선과 감정에 동화되는 경험을 한 거죠. 그래서 차지원, 김무진을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에게 더 크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랬거든요. 시청자의 입장에서 봤으니까 최대한 중립을 지킬 수 있었지만 과연 내가 그 세계관 속 인물이었다면 도현수라는 사람에 대해 오해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연쇄살인마의 아들이자 살인자, 혹은 사이코패스가 살아 있다고 쉽게 떠들어대진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2.  다시 세상에 드러나는 ‘도현수’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죽은 도민석이 살아났다고 믿을 정도로 유사한 방법의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피해자는 도현수와 과거에 알던 사이로, 현재는 한 중식집의 사장인 남순길. 남순길이 살해 전 도현수에게 짐작되는 사람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는 아내의 증언까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도현수가 유력한 용의자로 급부상하고, 경찰은 도현수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남순길을 살해한 범인은 도현수가 아니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도현수와 사건 발생 시각 그와 함께 있었던 김무진뿐. 도현수는 현재의 삶을 지키기 위해, 김무진은 특종을 내기 위해 각자의 이해관계로 둘은 연합하게 됩니다. 경찰의 도현수 추적을 방해하면서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요.
 

저는 이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도현수를 추적하던 지원이 무언가를 눈치채기라도 한 듯 남편에게 우비를 씌워 보며 얘기하는 장면이죠. 보이는 것만 믿는 지원이라 크게 의미 부여하며 한 행동은 아닌 것 같지만, 이때 범인이 도현수가 아닐 가능성을 제시한 현수에게 지원이 한 말이 있어요. “안 돼. 범인은 도현수여야 돼.” 이유를 묻자 그래야 자신이 장기 미제까지 한 번에 해결하며 특진할 수 있다고 덧붙이죠.
 
그동안 큰 감정 동요를 보이지 않던 도현수가 처음으로 상처 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지원이 걔가 참 쉬워요.”라고 말하던 도현수와 상반되는 장면이에요. 철저하게 이용만 한다면서 그 사람의 말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나요?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한편, 불행인지 다행인지 도현수의 최근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제보자가 나타납니다. 도현수 일행과 경찰은 각각 사진을 입수하기 위해 가경리로 달려가는데, 사진을 입수하고 싶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 바로 남순길을 살해한 진범, 박경춘. 여기서 도현수와 박경춘이 대치하게 되지만 경찰의 등장으로 나중을 기약하고. 도현수는 자신을 쫓는 차지원과 추격전을 하게 합니다.
 
한 창고에서 도망칠 기회를 엿보던 도현수는 정체를 들키지 않고 빠져나와요. 그런데 여기서도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죠. 지원을 향해 떨어지는 공구들을 몸을 던져 막아 줬다는 거예요. 아무튼 이때 시계를 떨어뜨려서 차지원에게 정체가 발각될 빌미를 남기게 되기도 합니다.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박경춘은 다시 만난 도현수를 납치하고 폐목욕탕으로 끌고 갑니다. 이를 알게 된 경찰이 뒤쫓지만 박경춘의 행방은 오리무중.
 
박경춘은 도현수를 납치한 것은 ‘정미숙’의 행방을 묻기 위한 것이었어요. 정미숙은 연주시 연쇄살인 사건의 마지막 피해자로 현재까지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박경춘은 그녀의 남편이었고,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백방으로 찾아다니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극단적인 방법까지 오게 된 것이죠.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인간에게 원한도 있었을 거고요.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박경춘은 도현수가 도민석의 공범이라고 생각하며 대답을 얻기 위해 고문하지만 도현수는 끝까지 부인하며 정미숙의 행방을 모른다고 주장합니다. 분노한 박경춘은 최후의 수단까지 이용하지만 도현수는 변명조차 하지 않아요.
 
결국 죽을 위기에 처한 도현수를 구하러 온 것은 경찰이었어요. 정확히는 차지원이요. 끈질기게 추적하던 경찰이 박경춘의 은신처를 발견했고, 은신처에 도착한 차지원은 바로 도현수를 구하기 위해 달려갑니다. 이때 도현수가 차지원을 곁에 둬야만 했던 이유가 나와요.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2008년 봄, 도현수는 자신을 괴롭히던 아버지의 환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김무진과의 대화에서도 이런 말을 하죠. “차지원은 나한테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이야. 아버지가 걜 무서워하거든. 지원이가 있으면 아버지가 가까이 못 와.” 도현수에게 차지원이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짐작 가능한 부분이에요. 도현수만 빼고. (너만 모르는 거 아냐? 차지원 좋아하는 거.)
 

 

늘 생각했어, 널 만난 건 내가 운이 좋아서라고.
그런데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어.
넌 날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지원아, 난 너한테 미안해.

〈악의 꽃〉5회 中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다행히 도현수는 목숨을 건졌지만 차지원은 마냥 기뻐 보이진 않아요. 차지원의 상황은 오히려 어지러워졌어요.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남편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만약 남편이 도현수가 맞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 못했거든요.
 
피해자 진술 조사 때도 차지원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요. 피해자 진술 조사라는 명목으로 현수를 취조하는 재섭에게 발끈했다가도 태도를 확실하게 하라는 말에 선택을 포기하고 말죠.
 
사실 차지원은 도현수의 의식이 제대로 돌아오기 전에 어떤 말을 들어 버렸거든요. “누나는 평범하게 살아. 그리고 절대, 절대 나 찾지 마. 나, 난 이제 절대 도현수론 안 살아.” 의심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죠. 이날 차지원은 도현수의 기록을 샅샅이 찾아보지만 모든 기록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어요. 도현수는 비정상이다.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자신의 눈으로 본 것만 믿는 차지원이라서일까요. 도현수의 지하실 문을 열고 말아요. 당연하지만 지하실에서는 혈흔이 발견됩니다. 심지어 구석에는 혈흔이 남은 케이블 타이도 덩그러니 놓여 있었죠. 케이블 타이는 도민석이 범행에 사용하던 물건입니다. 이 상황에서 의심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모든 것이 다 그를 가리키고 있는데.
 

한편, 도현수는 자신에게 백희성이라는 이름을 준 백만우에게 사주를 받습니다. 박경춘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해 제거하고자 한 것이죠. 박경춘은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고 도현수와 마지막 대화를 합니다.
 
이때 도현수가 질문해요, 아내가 죽었을 때 무슨 기분이었는지. 피해자 유족에게 가해자 가족 혹은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현수의 의도는 순수한 궁금증이었어요. 지원이 울면서 한 말 때문에요. 자신이 죽을 뻔했을 때 지원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아야 했거든요.
 
대화가 끝난 후에 현수는 박경춘을 죽이지 않아요. 대신 정미숙의 유품을 자신이 왜 가지고 있었는지와 대신 도민석에게 공범이 있다는 걸 알려 줍니다. 여기도 현수의 불신이 잘 드러나는 대목인데요. 박경춘이 왜 그 사실을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 묻자, 현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때 당신이 내 말을 믿었겠어? 오히려 누나까지 납치해서 수장시켰겠지.”
 
사람을 못 믿는다고 해 놓고 정작 죽이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아무런 죄책감도 못 느낀다면서 김무진도, 박경춘도. 이 부분이 도현수가 가경리 이장 살인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고 암시하는 것 같았어요. 둘 다 입단속은 시켰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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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 현수를 구하는 장면은 마음이 무너지죠. 무어라 말을 덧붙이기가 참 어렵네요.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악의 꽃〉 리뷰 전편은 여기까지 진행하겠습니다. 우리 잠깐 쉬어 가도록 해요. 후편도 기다려 주세요.
 
2022.10.25 - [드라마 𝒟𝓇𝒶𝓂𝓈] - 내 남편이 유력한 연쇄살인 용의자라면? 드라마 〈악의 꽃〉 리뷰 2

내 남편이 유력한 연쇄살인 용의자라면? 드라마 〈악의 꽃〉 리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