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유력한 연쇄살인 용의자라면? 드라마 〈악의 꽃〉 리뷰 2

내 남편이 유력한 연쇄살인 용의자라면? 드라마 〈악의 꽃〉 리뷰 上

〈악의 꽃〉 리뷰 후편이 돌아왔습니다!
 
리뷰만 쓰는 건데도 감정 소모가 심하더라구요. 드라마 볼 때도 힘들었는데. 영혼을 탈탈 털어 놓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어요. 여전히 꿈에도 나오고 있답니다. (이거 어떻게 벗어나요...?) 아무튼 여러분 숨 좀 돌리셨나요?
 
※스포일러가 있으니 싫은 분은 드라마를 먼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악의 꽃〉은 넷플릭스와 티빙에서 보실 수 있어요.

 
전편을 보지 않으신 분은 먼저 보고 와 주세요.
리뷰 다시 시작할게요.

---

3. 도민석에게 공범이 있다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무진과 목격자 장 씨의 활약 덕분에 도민석 공범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돼요. 무진의 노력에 감화된 장 씨는 언론에 공범의 협박 전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공개하게 되는데요. 내용인즉슨 가경리 이장 살인 사건을 들먹이며 자신이 도현수임을 암시하는 것이었어요.
 
안타깝게도 무진이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도현수가 범인이라는 듯 보도를 함으로써, 도민석의 공범이 도현수임이 기정 사실화되었어요.
 
현수가 무진에게 연락을 취해 보지만 무진은 현수를 믿지 않아요. 현수에게 자신을 믿어 주는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안타깝더라고요. 특히 잠시 전화를 내려놓고 조이는 가슴을 달래는 순간에 또다시 상처받는 현수의 마음을 너무나도 알 것 같아서. “김무진, 넌 날 믿어야 돼.” 이 말을 하기까지 어떤 마음이고 또 어떤 용기가 필요할까. 무진이 현수를 못 믿는 것도 이해하지만요.
 
보도를 본 해수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무진을 찾아가요. 해수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거든요. 테이프에 녹음된 공범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요. 왜냐면 가경리 이장 살인사건의 범인은 도현수가 아니라 도해수였으니까요. 해수는 모든 진실을 무진에게 털어놓습니다.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남편의 정체를 알게 된 지원은 마침내 현수와 함께 도민석의 공방에 가기로 결심합니다.
 
이때 총을 차고 있는 지원의 모습이 마음이 아팠어요. 질문 하나하나에 의심이 들어 있는 것도. 테이프를 들려 주며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지원이 자신을 시험하고 있다는 것을 현수도 느꼈을 거예요. 현수를 불안하고 숨 쉬기조차 어렵게 만드는 것은 지하실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가 아니라 지원의 의심이니까요.
 
현수의 괴로움은 지원을 향한 마음이 사랑이라고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에요. 절대 이용하는 사람에게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람한테 버림 받는다는 건 심장 한 부분을 도려내는 것과 같아요. 사랑할수록 도려내야 하는 부분도 커지겠죠. 저는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말이 허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쉽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곧 죽을 것 같다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현수에게 지원은 그런 의미입니다.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하지만 지원은 현수의 마음을 알 길이 없죠.
 
여러분은 시험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단순히 불신의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그만큼 그 사람을 믿고 싶다는 뜻이기도 해요. 지금은 널 믿기 어렵지만 믿게 해 줘. 지원에게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백희성인지, 도현수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더도 말고 딱 하나만 줘. 내가 널 용서할 이유.” 사랑, 딱 하나면 충분한데. 현수는 진실해지기보다는 현재를 더 완벽하게 지키길 선택합니다. 
 
사랑에 믿음이 깨지는 것만큼 지옥 같은 일이 또 있을까요? 사랑과 믿음은 동의어가 아니지만 사랑은 믿음을 포함하죠. 그래서 현수의 사랑은 불완전해요. 거짓은 관계를 불확실성의 구렁텅이로 빠뜨려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니까. 이 둘처럼요.
 
속은 사람은 당연히 상대를 믿지 못하지만, 속인 사람이라고 상대의 마음을 확신할 수 있을까요?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뀔 텐데. 하지만 사랑이니 신뢰니 그런 것을 따지기에는 현수의 삶은 너무 팍팍했죠. 제대로 된 감정을 배울 기회를 갖지 못했고, 신뢰는 더더욱 배울 수 없었어요. 현수에게는 선택지도 없었는걸요. 누나의 죄를 뒤집어쓰고 살아야만 했는데.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현수는 지금까지 찾지 않던 해수를 찾아요. 공범을 찾겠다는 목적이었죠. 무진의 도움으로 둘은 재회하고, 그간의 회포를 풀어요. 해수는 현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수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둘이 똑같지. 성격도 똑같아.” (이 말을 하고 있는 당신 얼굴이 사랑이 아니라고? 누가 봐도 팔불출.)
 
이후 현수는 해수를 찾은 목적을 밝히며 도움을 구하고 해수는 흔쾌히 응해요. 모든 대화를 미행하던 지원이 엿듣고 있었죠. 그때 해수의 입에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나오게 돼요. 너 그 사람 사랑해? “아니. 단 한 순간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 난 그런 마음 몰라.” 사랑 하나로 겨우 버티고 있던 지원의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지원은 현수의 정체를 감춰 주기로 해요. 지원은 꽤 정의로운 사람이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만큼 가족에게 물러요. 현수를 사랑하고 딸 은하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원은 진실을 밝힐 수가 없습니다.
 
그날 밤 집 앞에서 보내던 순간이 지원이 현수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였을 거예요. 지원이 간절하게 던진 물음표들에 담긴 의미를 현수는 읽지 못하죠. 한 번만 나에게 마음을 보여 줘. 현수는 지원의 바람에 응답할 수 없어요. 현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원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이지만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확신도 없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더욱 모르고요. 지원에게 닿기에는 당장 눈앞의 사실이 더욱 선명해요. 결국 지원은 현수를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한편, 백만우 집에서 겨우 숨만 붙이고 있던 진짜 백희성이 깨어납니다. 백희성과 그의 가족들은 도현수가 가지고 있는 백희성의 삶을 다시 빼앗고 싶어 하죠. 이들과 현수의 갈등을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딱 맞죠. 게다가 백희성 뭔가 심상치 않아요.
 
15년간 식물인간으로 살다가 깨어났는데, 해야 할 일이 무척이나 많아 보입니다. 그의 어머니인 공미자는 이상하게 그를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요. 사랑하는 아들이 깨어나서 기쁜 것은 분명한데, 왜 이렇게 거리감이 느껴질까? 이 이야기는 뒤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지원은 현수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면서도 현수가 누명을 벗고 백희성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경찰 측에서 얻은 정보를 티 나지 않게 현수에게 전달해요. 하지만 둘 사이 감정의 골은 나아지지 않고 깊어져만 갑니다.
 
결국 지원은 현수에게 마음이 변했음을 고하고 말아요. 설거지하면서 대화하는 장면은 참 가슴이 먹먹해져요. 현수를 믿지 못하는 지원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이에요. 〈악의 꽃〉은 대사 하나하나 정말 잘 쓴 드라마인데요. 이 장면에서도 아주 잘 드러나요.
 

“내가 미운데 왜 네가 우는데?”
“이렇게밖에 말 못 하는 게 싫으니까.”

〈악의 꽃〉 9회 中

 
앞 대사들도 하나같이 여러 번 곱씹어야 할 정도로 좋지만, 이게 둘의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한 대사라고 생각해요. 현수가 싫다며 이별을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지원은 울 수밖에 없어요. 서로 믿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으니까. 현수는 지원의 마음이 신경 쓰이지만 아무것도 몰라요.
 
이어지는 대사 중에 지원이 죄책감을 토로하는 부분이 있는데, 모든 게 바뀌었다는 드라마의 선전포고 같았어요. 전의 지원은 항상 해맑고 천진하고 잘 웃고… 그런 사람이었는데 이젠 그럴 수 없다고. 어쩌면 그게 현수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지원의 본모습이 그런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가 모두에게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렇게 살 수도 없는 것처럼. 지원이 나대로 밝고 솔직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현수라는 사람이 지원에게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현수는 지원의 말에 상처 입지만 지원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방법을 찾아요. 이때 무진과 해수에게 상담하는데 무진은 적극적인 선물과 애정 공세를 하라는 조언을 해 줍니다. 현수가 내린 결론은 도민석 사건의 공범 찾는 것을 도와주자였고요. (무슨 권태기를 연쇄 살인범으로 극복하냐?) 일반적이지 않은 결론에 순수한 표정, 약간은 무서워. 감정에 서툰 현수에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겠죠.
 
현수는 지원의 도움으로 얻은 단서를 바탕으로 혼자 공범 찾기에 나섭니다. 하지만 지원의 마음을 돌린 것은 다른 것이었죠. 진심이 담긴 문자들. 지원이 현수에게 바란 것은 딱 하나였어요, 마음. 그리고 그 문자들은 현수의 마음을 느끼기에는 충분했어요. 자신을 향한 현수의 마음이 거짓이 아니었단 걸, 눈에 보이는 단서들에 가려서 놓치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거든요.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지원은 바로 현수에게 전화를 합니다. 현수는 인신매매 조직에 제 발로 들어가 붙잡힌 상태였어요. 지원이 용기내서 건넨 말에 차가운 대답을 하고 말아요. 지원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려는 의도였겠지만, 지원에게는 상처받기 충분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지원은 현수의 마음을 알았잖아요. 현수를 믿기로 하며 다시 만나기로 약속해요.
 

“자기랑 헤어지고 싶다는 말 진심 아니었어. 자기가 싫어졌다는 말 더더욱 진심 아니야.”
“응, 알아.”
“아니야, 몰라. 하루만 니가 내가 돼서 살아봤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 봤으면 좋겠어. 그럼 나 하나도 안 억울할 것 같아.”
“너 무슨 일 있어. 그치?”

〈악의 꽃〉 9회 中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보이는 것만 믿는 지원이 보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거든요. 지원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현수의 말도 굳이 듣지 않아요.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돌려받지 못해서 서러웠다는 지원은 돌려받지 못할 걸 알면서도 모든 걸 내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사랑으로요. 이 장면은 그 사랑이 절절하게 나타나요.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현수는 지원을 돕기 위해 신원을 숨기고 도현수라는 이름으로 경찰에 제보합니다. 지원은 현수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현수를 말리려고 해요. 그렇다고 마음을 바꿔 먹을 현수도 아니지만. 화가 나서 전화를 끊으려던 지원에게 현수는 이렇게 말해요. “지원아, 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 너한테 괜찮은 사람이고 싶어.” 지원은 진심 어린 말에 현수를 응원하기로 합니다. 10시쯤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요.
 
10시 무렵, 지원은 아내가 아니라 경찰로서 현수의 대포폰에 전화를 걸어요. 그리고 도현수의 범행 트리거라고 추측했던 테이프의 정체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현수는 그게 엄마의 목소리임을 밝히고 지원을 놀라게 합니다.  (무조건 엄마 목소리일 것 같았는데… 왜 거짓말처럼 아무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건지는 좀 의문이에요. 조그만 애가 소중히 여길 게 얼마나 된다고. 나쁜 사람들.)
 
어머니를 무척 사랑했냐는 지원에 질문에 현수는 이렇게 대답해요. “전 정신과에서 정서적인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의학적 판단적 판단을 받았어요.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불가능해요.” 지원이 모든 걸 이해하게 된 순간이 아닐까 싶네요.
 
형사님께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요. / 도현수 씨, 부디 다치지 마세요.
 
둘은 서로를 숨긴 채 진심을 나눠요. 전화를 끊은 후 현수가 시간을 확인했을 때는 열 시였어요. 현수는 지원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혼란스러워합니다. 지원은 곧장 현수에게 사이코패스라는 낙인을 찍은 상담사에게 전화해서 악에 받쳐 소리쳐요. 왜 몰랐냐고. 그 애를 도와줄 사람이 당신뿐이었는데 당신은 알았어야지 않냐고.
 
그래서 싫어해요, 어떤 이유로든 처음부터 사람을 낙인찍는 사람을. 쎄한 느낌이 들면 피하라느니. 관상이 좋지 않다느니. 부모가 그래서. 가족이 그래서. 사람을 미워하는 데에 있어 합리적인 척 이유를 붙이려는 사람들이 싫어요. 적어도 한 번은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모르겠네요. 그런 사람들은 그 한 번을 용납할 수 없어서 쉽게 사람에게 낙인을 붙이는 건지. 세상은 불공평하니까 그런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고 깨달을 기회가 생길 거라는 기대는 되지 않아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좀 느껴 봤으면 좋겠어요.
 

지원의 선배 재섭은 현수가 백희성이라는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원에게 큰 배신감을 느껴요. 그리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지원을 사건에서 배제하고 수배 중인 현수를 체포하겠다고 지원에게 통보합니다. 재섭은 지원이 속고 있는 거라며 지금 가지고 있는 감정이 진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재섭은 재섭이지 절대로 지원이 될 수 없어요. 지원은 이 상황과 자신에 대해 가장 고민을 많이 해 본 사람인걸요.
 
지원은 현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재섭에게 매달리지만 재섭은 끝내 뿌리치고 팀에 딸이 아픈 탓에 지원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다고 변명합니다. 하지만 지원은 굴하지 않고 팀에 합류해요. 자신의 일이라서, 남편을 지키기 위해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것 자신뿐이라서 지원은 빠질 수가 없어요.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피해자들과 공범의 신상을 받기로 한 현수는 한 전화로 전세가 역전돼요. 염상철에게 걸려온 전화의 발신자는 백희성의 아버지인 백만우. 백만우는 현수가 경찰과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현수에게 받은 돈의 두 배를 주겠다고 제안하죠. 염상철은 현수와 거래하겠다는 마음을 바꾸고 현수를 처리하기로 하고 도주하기로 해요.
 
경찰은 도현수로 위장한 무진의 연락을 받고 출동해 염상철 일당을 검거하고 피해자들을 구해요. 상황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지만 지원은 현수를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갑니다. 위험에 처해 있는 현수를 구하기 위해 무진도 움직이기 시작해요. 하지만 묶여 있는 현수가 탈출하기엔 역부족. 모두 소각하고 탈출하려던 염상철에게서 현수를 구한 것은 지원이었어요. 현수에겐 보고 싶지만은 않은 얼굴이었겠지만요.
 
염상철에게 수갑을 채우려던 도중 지원은 염상철에게 제압당하는데, 묶여 있던 현수가 극한의 힘을 발휘해서 탈출해 지원을 구해요. 위기가 닥쳤을 때 나오는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인간이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게 해 준다고 하죠. 현수에게 지원의 위험은 자신의 생존보다 더 큰 문제인 것 같죠? 지원은 우선 현수를 도주시키려고 해요. 현수가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요.
 
자신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멀리 가 버리라고 하지만, 현수가 갈 곳이 어딨겠어요. 현수의 삶의 이유는 지원이고, 가족인데. 현수는 차를 몰고 떠나면서 지원이 느꼈을 수많은 감정을 곱씹어 봅니다. 역시 현수는 지원을 떠날 수 없어요. 지원에게 전화를 걸어 보지만 받지 않아요. 대신 지원은 다시 현수 앞에 나타납니다.
 

현수가 처음으로 지원을 진실된 모습으로 마주한 장면이에요. 지원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며 오열하는데. 현수도 분명 알았고 느꼈을 거예요. 지원의 사랑을. 지원을 떠나고 싶지도 더 이상 속이고 싶지도 않았던 현수는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지원만 있으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던 현수에겐 당연한 선택이에요. 지원만 자신을 믿어 주고 용서해 준다면 다른 건 얼마든지 견딜 수 있으니까.
 
그만큼 지원도 현수를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돌아가서 뭐가 됐든 새로 시작하자고 해요. 서로를 위해 모든 걸 다 걸 수 있고 이제 그 사랑을 서로 느낄 수 있는데, 둘에게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다만 정말로 모든 걸 내려놔야 하고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이 참 마음이 아프죠.
 

출처: tvN 악의 꽃 - 현장포토

이날 밤 둘은 서로에게 모든 걸 털어놓습니다.
 

“폐건물에서 도혜수 씨 만날 때 거기 나도 있었어. 그때 자기가 그랬어. 단 한순간도 날 사랑한 적 없다고. 그 말 듣고 그다음에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안 나.”
(...)
“왜 또 울어.”
“모르겠어.”
“난 알아. 날 사랑해서 그래.”
“아니야. 난, 난 그럴 수가 없어.”
“자긴 늘 내가 행복하길 바랬어.”
“널 속여야 했으니까.”
“예전에 나 공부할 때, 밤늦게 도서관에서 나오면 항상 자기가 날 기다려 줬었어. 그때 ‘이 사람이 날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느꼈어. 갑자기 우리 아빠 돌아가셨을 때 하늘이 무너지고 눈앞이 캄캄했어. 그때 난 늘 불안했고, 화가 나 있었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눈물이 났어. 그런 나한테 자기는 남들처럼 다그치거나 조롱하지 않았어. 자긴 요릴 배워서 나한테 음식을 해 줬어. 하나같이 다 맛있었어. 난 그렇게 다시 괜찮아졌어. 자긴 나를 사랑해. 난 그렇게 느껴.”
“난 널 사랑해. 난 널 사랑해, 지원아.”

〈악의 꽃〉 11회 中

 
현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배웠네요. “나한테 오는 길이 말도 안 되게 험난했구나”라는 지원의 말처럼.

---

최재섭 형사가 찾아올 아침 장면부터 남은 이야기들은 다음 편에 올리도록 할게요.
 
아직 〈악의 꽃〉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았죠? 도민석의 공범, 가경리 이장 살인 사건의 진실, 현수의 거짓된 신분처럼요. 이들이 남은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다음 리뷰도 기다려 주세요.
 
다시 쉬었다 갈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