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과 〈웬즈데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리뷰

 

이런 생각을 했다. 팀 버튼이 하이틴 장르를 다룬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아담스 패밀리의 스핀오프인 시리즈 «웬즈데이»가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감독은 무려 팀 버튼. 아담스 패밀리 작품을 본 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팀 버튼 감독에게는 관심이 좀 있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시청하기로 마음 먹었다.

 

 

 

웬즈데이(2022) Wednsday

 

팀 버튼, 제임스 마샬, 간디아 몬테이로

제니 오르테가

 

NETFLIX

 

 

‘웬즈데이’는 이런 작품

 

장르는 미스터리, 판타지. 분위기가 스산한 게 썩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홀린 듯이 보게 됐다. 특히나 시리즈라고 하면 첫 회가 엄청 흥미롭거나 지루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둘 다 아니고 무난한 느낌이라 신선했다. 풀어야 할 문제가 더 선명해지기 시작하고 답은 미궁으로 빠져들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진다. 감정의 동요와 시각적 잔인함 없이도 극을 팽팽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웠다. (반대로 평이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관계는 평면적이고 갈등은 무던했다. 극의 깊이감을 해치는 요소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캐주얼해서 좋았다. 넷플릭스 시리즈의 유구한 얄팍함을 담습했다고?

괴짜는 꼭 극복하거나 좋은 관계를 통해 자신의 인간성을 증명해야 하나? 웬즈데이는 자신의 행위를 통해 타인에게 평가받고 관계를 맺는다. 별종들만 모인 네버모어에서. 네버모어는 그게 가능한 곳이다. 별종이란 것이 약점이 되지 않는 곳. 어쩌면 판타지일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 판타지 맞는데? 그러니까 내 말은 이게 넷플릭스 시리즈의 유구한 단점을 빼다 박은 게 아니라 이 시리즈의 개성이라는 것이다.

 

별종에게도 청춘은 있고 별종들만 모인 학교에도 즐거운 학창시절은 존재한다. 이 시리즈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별종들만이 즐길 수 있는 전유물도 있고? 평범이들이나 다니는 평범한 고등학교에서 괴물을 만날 일이나 있을까?

 

 

팀 버튼은 왜?

 

나는 기획 단계에서 누가 어디에 얼마나 참여했다느니 그런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팀 버튼이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는 짐작할 것만 같다. 왜냐면 나는 느꼈거든, 이 작품에 담긴 소망을. 모든 창작은 소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게 크든 작든. 창작자의 세계에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팀 버튼은 어릴 적부터 괴짜였다고 한다. 그래서 또래와 어울리기 힘들었다고 하고. 아무래도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쾌한 학창시절을 보내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 팀 버튼은 꽤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더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괴짜들만 모인 네버모어에 간다면 즐겁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이 이 작품의 시작 아니었을까? 주된 플롯은 미스터리일지 몰라도, 여느 하이틴 장르처럼 즐거운 요소를 빼놓지 않고 있다. 파티나 대회, 사교클럽 등등. 그리고 웬즈데이는 하나같이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난 이 작품의 건강함이 좋다. 다른 사람들이야 팀 버튼의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이 작품에도 팀 버튼의 개성이 꽤 담겼다고 생각한다. 성숙함도 느껴지는 것 같고. 결론은 지금까지의 팀 버튼과는 또 다른 모습 같지만 그게 꽤 마음에 든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