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기 힘든 사람들, 영화 〈나의 장미빛 인생〉 리뷰

Ma Vie En Rose(1997)

나의 장미빛 인생, My Life In Pink, Ma Vie En Rose, 1997

드라마
알랭 벨라이너
조르주 뒤 프레슨, 미셀 라호크
 

 

줄거리

자신을 여자라고 믿는 루도빅의 이야기

이 영화의 주인공은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남자로 살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루도빅은 여느 남자아이들과는 달랐다. 드레스와 립스틱을 좋아하고, 자동차 장난감보다는 인형을 좋아하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성성과는 거리가 있는 아이였다. 남자라면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고, 어른들의 요구와 자아의 괴리는 루도빅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안타까운 것은 이 아이가 자신을 표출할수록 그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불편해져 간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치마 입은 남자아이가 그렇게 불편했는지, 루도빅의 가족을 점점 공동체에서 배제하기 시작하고, 가족들까지도 루도빅과 멀어진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루도빅과 가족들

결국 루도빅 가족은 다른 도시로 떠나게 된다. 자신 때문에 가족이 힘들었다고 생각한 루도빅은 새로운 곳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새로 사귄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루도빅이 자의로 여자 옷을 입고 다녔다고 엄마 안나가 오해하는 일이 생기고. 곧장 죽일 듯이 몰아붙이는 안나에게서 루도빅은 도망가 버리지만 이것이 가족들이 루도빅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고 그를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감상

루도빅은 자신이고 싶었다

팜을 선망하는 루도빅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고, 남들 시선만 생각할 줄 알지 도무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루도빅만은 달랐다.
 
루도빅은 팜이 되고 싶었다. 머리를 기르고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고 립스틱을 바르고 싶었다. 이해받을 수는 없었지만 그랬다. 그리고 왜 그게 경멸받아야 하는 일인지 러닝타임 내내 의문이 들었다. 사회적 성 역할을 따르지 않는 고작 일곱 살짜리에게 세상은 너무 가혹했다.
 

루도빅의 마음속

나는 여전히 루도빅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없다. 생물학적 여자가 되고 싶은 건지,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을 지향하는 건지. 나는 아직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잘 모르겠거든. 그렇지만 어느 쪽이든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루도빅이 이상한 사람 취급받아야 하는 이유는 신의 탓이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성 역할 탓이지. 왜 남자는 드레스를 입으면 안 되는 거야? 나는 항상 사회적 성 역할이 유해하다고 생각해 왔다.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기준은 항상 한계를 부여하고 벗어난 사람에게는 낙인을 찍는다.
 
어떤 사람들은 성 역할이 무너지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굴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을 추구하는 어떤 사람이 있을 뿐이지.
 

백설공주이고 싶었던 루도빅

성별은 생물학적 관점에서만 의미가 있고, 성 역할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말투로 말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그 기준이 성별이 될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굳이 성정체성을 고민할 이유도 없을 테고. (그럼에도 잘못된 성을 가졌다고 느낀다면 생물학적 성을 바꿔야겠지만) 사람을 굳이 남자와 여자로만 나눠서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

 

자꾸 영화가 아니라 내 생각으로 글이 새는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든 그 사람은 그 사람이라고. 가족들은 루도빅을 몇 번이나 잃고 나서야 그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루도빅은 루도빅으로 있기 위해 많은 상처를 받아야만 했다. 내가 남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다양성 존중을 필요로 한다. 한 번쯤은 함께 사회를 힘겹게 견디고 있는 루도빅들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