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영화 〈컴온 컴온〉 리뷰

스토리라인은 평범하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를 맡아 돌봐주고 다시 엄마의 품으로 돌려보내고. 하지만 이 영화의 깊이는 쉽게 형용할 수가 없다. 머리가 아니라 온전히 마음으로 닿는 영화는 흔하지 않다.
 
까만 글씨와 흰 바탕으로 이뤄진 책처럼, 그리고 유난히 가슴을 울리는 문장처럼.
 

C'mon C'mon(2021)

컴온 컴온, C'mon C'mon, 2021

드라마
마이크 밀스
호아킨 피닉스, 우디 노먼

 

말썽꾸러기이고 싶은 아이는 없다

조니의 조카 제시는 조금 특이한 아이다. 고아인 척하는 놀이를 하지를 않나. 음모론을 좋아하질 않나. 걸핏하면 도망가 버려서는 사람의 심장을 발목까지 끌어내리질 않나. 손이 참 많이 가는 아이가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이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시가 조금 특별한 아이는 맞는 것 같다.
 
조커보다 독한 조카라고들 장난스럽게 얘기하던데, 웃기긴 하지만 나는 한순간도 제시가 얄밉거나 한 적은 없다. 그냥 ‘보다 섬세한 아이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뿐.
 

조금 더 전생을 많이 기억해서 조금 더 많이 알고 조금 더 많이 우는 그런 아이. 사실은 이미 많이 아파 봤던 아이. 그래서인지 아직은 철없어도 애 같지는 않아서 아홉 살짜리 꼬마 안에 얼마나 깊은 심연이 살고 있는 건지 내내 생각하게 한다.
 
제시의 섬세함은 잘 들여다보지 않으면 말썽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사랑하는 아이의 가여운 단면일 뿐이다. 사실 제시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다.
 
 

대화는 가장 쉽고 깊은 관심이다

제시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고아가 되어 엄마와 대화하고, 삼촌에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을 서툰 자신의 방식대로 던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조니는 이 세상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배운 탓에 그것을 잊어버린 건지,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 상황을 적당히 지나가고 싶어 할 뿐. (그건 제시를 사랑하는 엄마 비브도 완전히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였다.)
 
조니와 제시는 함께 지내면서 친밀해지고 서로를 좋아하게 되지만 여전히 어리숙하고 서툴기 때문에 갈등하게 된다. 하지만 가족이 다 그렇듯, 갈등은 생각지도 못한 말 몇 마디로 간단히 풀려 버린다. 제시가 처음으로 자신의 속마음에 대해 처음으로 털어놓은 것이 계기였다.
 

사랑하는 존재에게 솔직해지자

이후 조니는 제시에게 진실된 태도로 다시 다가가고, 제시는 조니에게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렇게 그들은 점점 진짜 가족이 된다. 제시 마음속에 드리운 아빠라는 그림자를 조니가 밝혀 준 것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게 둘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시를 계기로 조니와 비브도 다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남매가 될 수 있었고. 제시도 엄마랑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함께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알 수 없는 미래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좇아야 하는지.
 
진실된 삶을 살자. 이것이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자신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삶. 숨기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
 

무채색으로 흐르는 감정

지금까지 봤던 흑백 영화에서는 흑백의 매력을 못 느꼈는데. 이 영화에 왜 색이 없어야만 했는지 너무나 이해할 것만 같다. 오히려 무채색이라서 역설적으로 색을 느낀다. 완벽하게 사랑의 색으로 그려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개인적으로 평점을 매기면서 만점을 준 영화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이 영화에는 만점을 줬기 때문. 완벽하게 하나인 것을 좋아한다. 무엇 하나 튀지 않고 모나지도 않고 조화로운 것. 이 영화는 완벽하게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