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더 헤매게 되겠지만,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리뷰

추천받아서 본 작품.

 

오랜만에 어려운 영화를 만난 것 같다고 느꼈다. 사실 답을 찾고 싶었는데 문제를 더 얻은 기분. 그게 벌써 일주일은 더 된 이야기 같은데. 문제 속에 답이 있다고 했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그 답이 보이는 것도 같다. 내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아는 것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길 기대하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을 모양이다.

 

블로그 포스팅도 오랜만. 고작 이 몇 달 사이에도 나는 너무 많이 변해서 이 글의 아무것도 예측 못 하겠다. 이렇게 어려운 영화를 포스팅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해가 안 되는걸. 솔직히 이 영화가 정말 어려운 건지 내 마음이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어.

 

Brockback Mountain, 브로크백 마운틴(2005)

드라마, 로맨스

이안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기억을 더듬어서 줄거리를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도 아니지만.

 

최대한 납작하게 정리하면 대충 이렇게 할 수 있겠다. 두 카우보이가 일을 구하기 위해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와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지금도 아주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시대에서는 동성애는 절대 금기시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첫 장면부터 이 둘은 서로가 아니면 안 되는 사람들이라는 게 느껴지는데, 이들은 절대로 함께할 수는 없다. 이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동성애는 터부시되는 것이고, 에니스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도 있고.

 

원래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니까 어쩌면 그 삶으로 돌아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글쎄… 내가 보기에 이들의 삶은 그게 답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둘은 점점 힘들어 보인다. 각자의 삶에서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이지만(특히 에니스), 어딘가 공허한 느낌.

 

아마도 내가 그렇게 느낀 것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의 그들을 먼저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왜인지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거든.

 

‘어떤 사랑은 영원히 기억된다’는 포스터 속의 카피를 보면 내가 느낀 게 그렇게 틀린 건 아닐지도. 우리의 영혼을 끌어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우리뿐이라면 우리를 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다시 만나긴 했지만 이들의 문제는 그렇게 쉽게 이들을 놓아 주지는 않을 모양이다. 에니스와 잭은 각자 가족이 생겼고, 그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내 인생을 조금씩 포기해야 하는 시기를 직면했으니까.

 

아까도 이들의 삶이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고 외치는 것 같다고 그랬는데.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게, 이 둘은 계속 그대로다. 이따금 만나고는 하지만 그리움은 흐려지지 않고, 함께하기에는 문제는 점점 불어나기만 한다. 심지어 가족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들을 갈라놓은 것이 정말 문제일까. 아니면 핑계일까. 그런 고민을 했다. 방치된 실뭉치처럼 점점 엉키기만 해서 도무지 풀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사실은 언제라도 풀었어야 했던 것 아닐까. 더 엉키기 전에 그래서 더 힘들어지기 전에 해결해야 했던 건 아닐까.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현실보다는 두려움이었다고 생각한다. 에니스가 안 된다고 하는 모든 상황에서도 잭은 답을 내릴 수 있었던 것만 봐도.

 

에니스가 어린 시절 보았던 그 끔찍한 광경이 트라우마가 되어 에니스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고. 사실 에니스는 그 수많은 핑계 뒤에 숨어서 두려움을 피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에니스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가서, 그래서 내가 몇 번이고 잭이 되어도 미워할 수는 없나 보다.

 

정답이 어쨌다느니 하는 말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왜냐면 둘이 함께하기로 한다고 해도 현실이 어떨지는 알 수가 없으니까 그냥 살던 대로, 흘러가는 대로 안전하게 사는 게 맞는 걸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이 생각은 도무지 버릴 수가 없다. 나대로 살아 봤다면 후회하지 않았을 텐데.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괴롭지 않았을 텐데. 솔직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가슴 아프다.

 

결국 잭을 완전히 잃고 나서야 에니스는 자신이 될 수 있었으니, 이게 꼭 새드 엔딩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런 사랑은 하고 싶지가 않아. 그런데 나는 현실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에니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잭의 마음을 너무나도 이해하는 사람이고, 에니스가 가진 두려움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